2010년 3월 21일 일요일

내 머리속의 구조 - 2007. 12. 9

고장나 버린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토할것 같은 기계음

 

내가 두드려되는 키보드자판의 스프링과 프라스틱의 절묘한 마찰음

 

공허한 방안을 흐르는 공기의 소리를 따라 귀 기울이다 보면 컴퓨터

 

하드의 모터가 돌아가는 것도 느낄수 있다. 반짝이는 공유기의 led

 

의불빛이 규칙적으로 나의 시신경을 자극해 혼미하게 만들고 모니

 

터를 수놓은 갖가지 플래쉬들의 반짝임들이 나를 잡다한 생각의 공

 

간으로 인도한다. 어느새 이곳으로 와 버린것인가?

 

 정말이지 터무니 없는 생각들이 보관되어 있는 이 공간

 

커다란 CD모양의 바닥에는 수많은 촉수가 있는 탈것의 위에 앉아

 

버튼이 여러개 달린 스트롱같은 커다란 노를 젓고있다.

 

사방에 흐물흐물 널려져 있는 생각들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며 손짓

 

한다. 아니 그것들은 생각이 아니라 생각의 배설물정도 일것이다.

 

뭐 어짜피 이세계의 룰은 내가 정하니깐. 그렇게 정의할련다. 자 오

 

랜만에 방문한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해볼까?

 

  적절한 위치에 정지한채 커다란 스트롱의 단추를 누르면 길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밑바닥 어느곳에 마치 배의 닻처럼 꽂힌다. 오

 

늘은 어떤 잡다한 생각을 해볼까?

 

 CD모양의 탈것 중앙에 마치 CD의 천공같은 곳에 머리를 집어 넣

 

으면 바닥의 수많은 촉수들이 머리를 감싸버린다.  자! 오늘은 어떤

 

잡다한 생각을 할까?

 

 수많은 촉수들이 꿈틀거리며 무언가를 쏟아낸다. 불룩불룩해지는

 

촉수의 모양으로 그 무언가가 촉수의 어디쯤에 있다는 것을 알수 있

 

다. 무언가는 이내 끈적끈적한 무언가로 변해 버린다. 머리를 모두

 

감싸면 제일 긴 촉수 하나가 구멍 세개를 뚫어 코와 잎으로 공기가

 

주입될수있게 해준다. 더불어 아주 길다란 정말 긴 담배를 물려주고

 

는 불을 붙힌다. 담배를 빨아 연기를 흡입하면 0.1초 만에 연기는 나

 

의 구강 목젖 횡경막 폐 혈관을 통해 뇌를 자극시켜 요동치게 한다.

 

커다란 CD모양의 탈것의 테두리에 형광의 불빛이 들어온다. 나는

 

어떤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는중인가?

 

 

 

바다의 내음 ,바다의 소리 그리고 바다의 공기

 

바다거북이의 등위에서 눈을 뜬다. 까칠한 그 껍질을 매만지다 강렬

 

한 햇살을 손으로 막아 보지만 역부족이다. 구기적구기적 자세를 돌

 

려 엎드려 거북이를 안고는 말한다.

 

 "너 잠수 하면 안돼!"

 

 바다의 한가운데 육지라곤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서 바다 갈매기

 

한마리가 나에게 시원한 맥주한캔을 가져다 준다. 당연스레 엎드린

 

채 맥주를 받아 들고는 따서 시원하게 마신다. 그리고 거북이를 챙

 

기는걸 잊지 않는다. 나의 호의를 항상 즐기는 거북이도 시원하게

 

한모금들이키고는 말한다.

 

 "내가 말하는게 이상한가?"

 

 나는 좀 곰곰히 생각하다 말한다.

 

 "뭐 어때 생각인데"

 

 "그래도 항상 니 생각속에 동물이나 사물은 말을 하잖아. 나도 그

 

렇다는게 좀...."

 

 "좀 뭐...."

 

 "매너리즘 아닐까?"

 

 "음.....그렇네 그럼 너 말하지마"

 

 거북이는 이후부터 말하지 않았다.

 

 드 넓은 바다의 한 중간에 떠있는 나와 거북이 그리고 어디서 구해

 

오는지 맥주를 집어오는 이해 할수없는 갈매기, 심심하다.

 

 '무언가 필요 하지 않을까?'

 

 저 멀리 무언가가 떠내려온다. 또다른 거북이 등에 누워있는 사람.

 

남자? 여자?

 

 '여자가 좋겠지 어떤여자? 아름다운 여자'

 

그때 간만에 거북이가 말한다.

 

 "왜 아름다운 여자야. 너무 상투적이야."

 

 "왜 이것도 매너리즘 무시긴가?"

 

 "그건 아니지만 그냥 보통 여자로 하면 어떨까?"

 

 "그래 알았어.....야 너 말하지마!"

 

 다시 거북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 떠내려오던건 지극

 

히 평범한 여자이다. 음.....아.......음.......

 

 당최 룰을 지킬줄 모르는 거북이 녀석이 또 말을 해버린다.

 

 "별다를 것 없는 .."

 

 "야! 너 말하는거야 안하는거야?"

 

 거북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꼭 그래 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별 다를것 없는 전형적인 긴생머리에 스키니스타일의 검정

 

진 그리고 유행이 좀 지난 나염처리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다.

 

 심심하던차에 다소 억지 스럽지만 대화 상대를 만난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일어날줄을 몰랐다. 그저 그녀를 떠받치는 거북이에게 아까

 

먹다 남은 맥주 한모금을 주고는 우리를 따라 오라 말하고는 깨길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흔들어도 찔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물결위를 저녁의 옅어진 해가 비추고 등뒤로 쫒아오는 어

 

둠이 나를 지나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빛을 추격할때까지 그녀는 말

 

이 없었다. 어느새 달빛이 물결을 비추고 그 달을 배경으로 뛰어오

 

르는 돌고래떼가 사라질때쯤 난 아직 깨지 못한 그녀를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그러니깐 왜 여기 있어요?  그러니깐 제말은 어떠

 

한 연유로 아니 사정으로 인해 여기에 "

 

 "식사는 하셨어요? 전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죠 이상하게 먹게 되고 또 먹게 되고 안먹어야지 하면서

 

도 또 먹고 참 이상하죠"

 

 "힘드시죠? 전 이제 적응해서 뭐! 금방입니다. 한순간 적응하게 되

 

죠 나중에는요 여기 위에서 운동도 하게 된다니깐요. "

 

 "솔직히 저 ..저랑 같은 사람이 있다는거 참 나쁜생각이지만 다행

 

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이기적인가?"

 

 "아까 제가 그렇게 얘기해서 삐치신거예요? 예뻐요 예뻐..."

 

 "성함을 모르네 아...맞다. 그건 일어나면 물어봐야 겠네"

 

 그녀는 대답 없지만 분명히 죽지는 않았다. 분명히 콧바람 같은것

 

이 나오는것을 느낄수있었다. 쳐져 달라붙은 티셔츠 밑으로 배가 조

 

심스럽게 움직이는것 또한 느낄수 있었다. 어느순간 지쳐버린 나는

 

그저 엎드려 깨어나지 않는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아

 

침이 찾아 왔고 갈매기가 날아와 아침을 건네 주었다. 자연스레 식

 

사의 반으로 거북이들과 나눠 먹었고 반을 남겨 두었다. 간단한 아

 

침체조를 갸우뚱 겨우 중심을 잡으며 하고는 다시 말을 걸기 시작했

 

다.

 

 "혹시 식물인간? 기절한거 너무 오래 자는거 아니예요?"

 

 "나 한숨도 못 잤어요 아 피곤한데 일어나는거 보고 자려는데 그게

 

쉽지 않네 거북이들이 가끔씩 신경 안써 주면 잠수를 해버리거든

 

요"

 

 "언젠가는 일어나 말을 해주겠죠. 그것만으로도 지금 기대가 되거

 

든요? 궁금한데 어떤 사람일까?"

 

 "당신이 꼭 일어나 주어야 하는데 .그런데 난 당신에 대해 알것 같

 

아요 대화다운 대화를 한것은 아니지만 왠지 느낄수 있어요 당신이

 

란 사람."

 

 갈매기가 왔고 아까 남긴 반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새로운 하나를

 

남겨 두었다.

 

 "일어나요 밥도 먹고 그래야죠.."

 

 그녀를 흔들었다. 찔러도 봤다. 흔들고 찌르고 흔들고 찌르고 답답

 

함이 가슴에 차올라 미칠것 같았다. 답답함은 가슴속에서 성질을 변

 

화 시켜 알수 없는 무언가를 형성 시켰다. 여러가지 재료로 만들어

 

진 감정은 분노비슷한것으로 바껴져서 목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더욱 격렬하게 그녀를 흔들고 찌르고 눈꺼풀을 올려보고 빰을 때려

 

도 본다.

 

 "일어나 일어나 좀 일어나!!!"

 

 눈 앞이 순간 노랗게 변하고 온몸에 힘이 빠져 버린다. 목에서 따가

 

움이 느껴진다. 헐떡이는 숨을 주채할수없다. 팔을 지지한채 엎드려

 

머리를 힘없이 늘어뜨려 숨을 고르려 애를 쓴다. 그와중에도 손가락

 

으로 까칠한 등껍질을 만져 본다. 어느정도 숨을 고르고는 힘없이

 

배를 대고 엎드려 눈을 감는다. 잠에 든다.

 

 눈을 떴을때 그녀는 어디 에도 없었다. 그녀를 태운 거북이가 없었

 

다. 그것을 알자마자 본능적으로 나의 거북이를 다그쳐 그녀를 미친

 

듯이 찾아 헤멨다. 몇번의 잠수와 수십킬로를 헤매이고 나서야 겨우

 

그녀와 그녀를 태운 거북이를 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본 순간 눈물이 나왔다. 그녀가 한없이 고마웠다. 사라지지

 

않아줘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다행이예요.....다행이예요.."

 

 "난 당신의 변함없는 모습이 좋아요 하하 농담이예요."

 

 "당신은 눈이 클꺼같아요 눈 길이만으로도 알수 있어요. 당신 나쁘

 

지 않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그거 알아요 첫눈에 반하는거 보다 더 강렬한게 자신도 모르게 반

 

하는거래요. 나 당신이 좋아진것 같아요"

 

 "당신은 분명히 성격도 좋을꺼야. 난 느낄수 있어..아니 사실 그렇

 

게 믿고 싶어"

 

 " 넌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해? 난 그저 그런 구닥다리 남잔데

 

  그래도 좋아?"

 

 "우리 이제 손잡아도 되지 않을까?  지금 의식이 없지만 넌 이해심

 

이 많은 여자니깐 내마음 이해하지?"

 

 "니 손은 따뜻해 난 이대로의 니가 좋아 그래도 일어나 줬으면 좋

 

겠어."

 

 하루가 지나 달빛이 찾아와도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달빛사이로

 

부슬비가 내렸고 빗물이 때린 바다의 물결에는 조그만한 웅덩이가

 

생겼다 사라졌다. 거대한 바다는 빗물을 포용해 빗물은 어느새 바닷

 

물이 되었다. 비에 젖은 그녀의 입에서는 추운지 김이 나왔고 조용

 

히 파르륵 떨고 있는것을 알수있었다. 조용히 그녀를 안아 체온을

 

유지 해 주었다. 그녀의 체온 역시 나에게 전달 되었다. 반팔아래로

 

나온 팔에 닭살이 돋아 부비어 주었다. 너무나도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을 느낄수 있다. 그녀의 조그만한 입김이 나의 귓를 간지럽혔고

 

그녀의 입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온통 나의 뇌리속은 조그만 그녀의

 

입이 가득차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뇌리속은 어느새 예스 또는 노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

 

다 문득 생각했다. 그녀가 깬다면 어쩌나 그리고는 또 다른 걱정이

 

되었다.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면 어쩌나.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아

 

니면 어쩌나 두려워 졌다. 기다리던 그녀가 일어나는 일자체가 두려

 

워 졌다. 두려움은 커졌고 나는 의식 없는 그녀에게 이미 키스를 하

 

고있다.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손으로 가슴을 더듬었고 (이하

 

생략 여러분들이 아는 그 내용) 모든 나의 신경이 집중되어 응집하

 

다 빠져나간 그순간 파르륵 떨던 나의 얼굴에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

 

다. 사늘하게 식어버린 육체의 한부분인 눈이 조심스럽게 작동되

 

고 아주 잠깐만에 주변을 인지 한다. 그녀가 경멸스런 눈으로 깨어

 

있었다. 수치심에 빠져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얼어버린 내몸을

 

조심스럽게 밀어 내고는 아주 조용히 옷매무새를 단정히 고르고는

 

거북이를 타고 유유히 사라져간다. 달빛속으로.

 

멍하니 있는 나에게 거북이가 말을 한다.

 

 "고작 한다는 생각이 이런거냐 이짐승같은 인간아!"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내가 말한다.

 

 "넌 말하면 안돼 룰이니깐"

 

 

 

 나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끈적끈적한 무언가를 수많은 촉수들이 띁

 

어내어 마치 지우개 똥을 만들듯이 부비적거려 뭉친다. 그리고는 조

 

심스럽게 펼쳐 늘어 놓는다. 머리를 들어 커다란 스트롱의 단추를

 

누르고 닻을 올려 노를 저어 잡다한 생각의 배설물들 사이로 항해를

 

시작한다. 익숙해졌던 각종 소음들이 들려오고 모니터의 각종 플래

 

쉬들이 보인다. 나는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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