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1일 일요일

농장으로 가는 워홀러의 꿈의 작물 포도에 도전 (밀두라,mildura)

 

 

 

 

 

 

 

 

 

 

 

 

 

 

 

 

 

 

 

 

 

 

 

나는 밀두라로 향하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2차선 고속도로위 차안에 몸을 맡긴채 허망하게 저물어가는 태양의 은은한 저녁노을을 맞으며
돌돌 말려진 짚풀더미가 쌓여있는 평야가 한없이 이어지다가 어느샌가 갑자기 나타나 버리는 스쳐지나가는 마을들
평화롭다 못해 눈물이 쏟아질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들이였다.

언젠가 농장에서 한 한국인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작물의 왕은 포도라고 그게 그렇게 돈이 된다고 ㅎㅎㅎ
언제부턴가 나도 속물이 되어 버렸었나보다.
계속 되는 농장 생활로 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지기는 했으나
한국에서 출발전 꼭꼭 묻어두었던 귀차니즘이 어느샌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런 귀차니즘을 마음껏 즐길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으니
당연히 선택은 한방이였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재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대 실패!!!ㅎㅎ

아무튼 그때 나는 정말이지 평화롭고 부푼기대로 밀두라를 향했었다.
도착한 밀두라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지방의 중형 도시 였다.
나름 커다란 도서관도 있고 잘 정돈된 번화가에서는 쇼핑을 즐길수 있는 정도의 도시
여행꺼리라 하면 딱히 없지만 이국적인 시골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곳이였다.

잔디 밭에 앉아 이리 빈둥저리 빈둥하고 있으니 미리 연락해 두었던 컨트랙터 라는 양반이 픽업을 왔다.
왠지 갱분위기가 나는 마우이족이였는데 말을 섞어보니 그리 나쁜놈은 아닌듯했다.
그놈의 차를 타고 밀두라에서 20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레드 크리프라는 곳에 갔다.
그곳에 그놈의 집과 숙소가 있었다.
숙소에는 이미 몇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일본인 2명과 한국인 1명 그런데 왠지 그들의 분위기가 암울해 보였다.
왜 일까?

사실 밀두라에 올때 평화롭게 올수 있었던 것은 컨트랙터와 통화에서 이놈이 일자리가 당장 있으니 오라는
말 때문이였다. 물론 내가 가진 어설픈 영어 실력때문에 두근반 세근반 불안함을 가지기는 했지만
분명히 들었다. 오라는 말과 일이 있다는 것을 몇번이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건 사기였다. 일은 있었으나 포도 픽킹이 아니라 오렌지 픽킹이였다. 한마디로 워커를 원하는
컨트랙터에 낚인거였다. 배신감에 싸묻힌 밤을 보냈다. 컨트랙터에게 따지고 물어도 이놈이 발뺌이다.
"분명히 니가 포도 픽킹 잡이 있다고 했다." , "왜 오렌지 인가? 난 오렌지는 안한다. 포도 픽킹잡을 달라"
그러자 그놈왈 "포도 픽킹잡은 있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기다려야 한다. 1주만 기다리면 된다. 포도 시즌이 곧온다"
이런 욕나오는 일이!!!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장소를 물색하고 이동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켰다. 된장

몇일을 빈둥되다가 결국 지겨워져 오렌지 픽키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오렌지 픽킹 정말 안습이였다.
대게 농장에는 등급이라는 게 있다. 어떤 작물이라도 있을꺼라고 생각된다. 내 경험에 의해서는 다 존재 했다.
포장 예쁘게하고 공들여지는 최상등급을 생산하는 농장 부터 그저 픽킹해서 쥬스공장에 보내버리는 농장
보통의 경우 한농장안에 여러등급의 작물이 재배되어 지고 있다. 그래서 그날그날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는 납득이 될만한 수치를 지닌다.
하지만 그곳은 아니였다 오직 쥬스용 오렌지 밖에 없었다. 그것도 무조건 성과금으로 페이를 책정하는 망할곳이 였다.

게다가 나무에 가시는 왜 그다지도 많은지 아무리 용을 써도 팔이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첫날 해본 결과 견적나오지 않는 엄청난 불모지 였다.
그래도 좋은 밭을 주겠지 주겠지 하며 일주일을 버텼다. 일주일째 한 호주놈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알았다. 그곳에는 좋은 밭이란 없었다.
도저히 더이상 할수 없었다.
파스비,팔에 난 상처 연고비,모든 것을 샘해 본 결과 남지 않는 장사였다.
무엇 보다 나의 귀차니즘이 그런 사서 고생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일주일이 지났는데 왜 이런 샘을 하고있었냐?
ㅎㅎ 다름 아닌 일주일뒤에 있을 포도 픽킹 잡이 또다시 일주일 딜레이 됐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완전히 낚인 거지. 그런데 사람이란게 알면서도 떠날수 없는게
이제껏 투자한 일주일이 아까워서지 ㅎㅎ

그 이후 난 오렌지 픽킹을 가지 않았다. 빈둥거리며 거리를 거닐다 자고 일어나고 먹고
본의 아니게 편치 않은 귀차니즘을 즐겼다. 은행 잔고는 줄어 들고 나의 여행 계획은
어긋나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일주일 밀리던 포도 픽킹 잡이 결국 한달 뒤에야 얻게 되었다.

정말이지 내 생애 가장 긴 한달이였다. 어떤 일에든 교훈은 있다. 이번일로는 사람의 미련이란게
결국 더 어려운 처지로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처음 일주일후라고 얘기했을때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음에도 내가 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ㅎㅎ워홀러에게 한달은 아주 긴시간이다.
난 농장 생활에서 한가지 꼭 말리고 싶은것은 웨이팅이다. 그것이 어떠한 작물이든 기다리는 것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남들 두달 벌돈 한달 기다리고 한달만에 번다고
그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냥 두달동안 벌면서 농장생활을 즐기겠노라고.
그게 웨이팅을 해보면 안다. 얼마나 불안한지

한달이라는 기간중 일주일 빼고 3주 난 과연 무엇을 했을까요?ㅎㅎ


첨에는 마냥 놀았다. 그러다 지쳐가더군. 귀차니즘이 싸그리 사라지고 무언가 하지 않으면 못견디게 되더군
마치 무언가를 해야만 나의 존재의 이유가 있듯이 지나가는 세월을 허송허송 흘려버리긴 싫었던 게지
그래서 꺼내 들었다 아주 뽀송뽀송 손도 안된 그래머 인 우즈 베이직!!!ㅎㅎ
일어나서 세수하고 먹고 공부하고 또먹고 공부하고 자고 이렇게 2주를 보내니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역시 공부라는 것을 하니깐 안다고 이제껏 내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단어 잉글리쉬를 하고 있었는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면 써먹고 싶다고 동네 주민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은 심슨이나 만화영화를 보며 히어링을 했다. ㅎㅎ 사실 공부를 하려고 봤다기 보다는
할수 있는 놀이 꺼리가 그것밖에 없어서리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들렸지만(단어 몇개) 이건 뭐라고 해야 하지 그대로 듣는다고 해야되나 그래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다. 벨소리가 울리면 침을 흘리는 개처럼 알아들었다고 해야하나.
물론 모든 말을 모든 단어를 다 이해하고 내 뱉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듣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은 인지 했다.
나로써는 대단한 발전이였다.
 
한달 뒤 그렇게 포도 픽킹은 시작되었고 난 일주일후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막상 접한 포도는 그리 돈이 되는 작물은 아니였다. 그농장의 경우 그랬다.
완전 제대로 낚인거였다. 일은  계속 있었지만 그리 나쁜 편은 아니였지만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첫번째로는 포도에 대한 배신감이 였겠지만 밀두라 있을만큼 있었으니깐 ㅎㅎ
그리고 차후 난 밀두라에 또 오게 된다. 그때는 운전 면허를 따려고 방문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밀두라는 나에게 영어 공부에 대한 계기와 운전 면허증을 준
인연이 있는 도시 이지 않나 싶다.

 

 

 

댓글 2개:

  1. 호주 워홀 중이신가봐요 저는 이번달 26일날 출국인데 걱정이 태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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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동 - 2009/10/08 13:23
    워홀중은 아니고 다녀 왔습니다. ㅎㅎ

    이제 출국이시라니 부럽습니다.

    좋은 경험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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