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1일 일요일

애써 아름답게 - 2008. 9. 24

머리 속과 마음 속에 시꺼먼 재덩이만 있다.

 

나안으로 들어오는 온갖 침전물들

 

이젠 썩어 문드러진 이 쓰레기들을 돌돌 뭉쳐 밖으로 밀어내고 싶다.

 

어떻게? 아름다운 생각으로, 이제껏 쌓아 올린 기괴망측한 상상을 잠시 접어두자.

 

 아름다움? 어떤게 과연 아름답다운 것일까, 여인의 아름다움, 부모의 아름다움,

 

 당최 뭐 하나 떡하니 떠오르지 않는다.

 

 

 

눈이 내리던 날이였다. 사방이 흰색으로 물든다고 표현하는 그런 날

 

좀 처럼 보기 힘든 시내 대중버스의 체인이 감겨 있는 모습을 보곤

 

걱정했다. 저 멀리 산중턱에 위치한 집을 걸어가야 하나?

 

지하철역 입구에서 멍하니 하늘을 보니 눈은 멈출 기색이 아니였다.

 

가로등불에 투과되는 눈이 보인다.

 

 

 

도서실이였다. 며칠째 주린 배를 움켜 잡고 나의 자존심과 버티고

 

있을때 한 사람이 찾아 왔다. 딱 한번 아버지와 함께 만난 적있던 여

 

인.

 

 

 

동생과 나는 사라졌던 아버지와 한여인을  따라 극장에서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그런상황에서 괴물이 나오는 영화라, 참 웃긴일이다. 그때는 아

 

무것도 모르는 아이에 불과 했다. 영화가 끝 마치고 여인은 무진장

 

긴장한 얼굴로 몇만원쯤 나의 주머니에 찔러주었다. 돌아온 집에는

 

엄마 대신 밥 챙겨 먹으라는 쪽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난 주머니 속에 돈을 살며시 꺼내들고 동생과 함께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어느 한적한 공사장의 겨울, 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가지고 나온 옷

 

을 모조리 입어도 온몸의 끝부터 밀려오는 오싹한 추위는 나를 공포

 

스럽게 만들었다. 참다 못해 구입한 성냥으로 불을 지폈다. 추위에

 

굳어진 몸이 녹아 내릴 때쯤 주민의 신고로 온 경찰, 난 그자리를

 

떠야만 했다. 나를 따뜻하게 녹여주던 불을 뒤로 한채.....

 

 

 

하얗게 쌓인 눈, 시골 버스는 달려간다.

 

꼼지락 꼼지락 버스 바보 자리에 앉아서는 사이에 끼여진 많은 짐들

 

이 처치 곤란이다. 막 학교를 마치고 나온 고등학생들이 버스를 가

 

득 매웠다. 나도 고등학생인데, 논인지 밭인지 잘 모를 들판의 눈들

 

은 햇빛을 반사해 눈부시게 한다. 그래서 였을까 잘못 내려 버렸다.

 

한참을 무거운 짐을 들고 가야 했다. 무거운짐을 버겁게 들고 좀 빨

 

리 가 볼려고 논을 가로지르다 막혀 있어 돌아오기도 하고 시골 소

 

방서를 지나 저 멀리 할아버지의 아파트가 보였다.

 

 아파트 앞 수퍼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들어간 아파트 단지,

 

할아버지의 집앞 새 하얀 눈이 쌓여 있고 차들이 지나간 자리만이

 

바닥을 들어나 있었다. 그리고 저만치 할아버지의 차를 닦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눈이 마주 쳤다.  

 

 

 

 패스트 푸드점에 앉아 전에 본 적 있던 여인과 마주 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여인은 말을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냥 목구멍을 타

 

고 흐르는 콜라의 따끔함이 느껴질 뿐이였다. 그리고 멍하니 책상을

 

바라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 길게 느껴지는 시간,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지난것 같았다. 결국 난 일어나 뛰쳐 나와 버렸다.

 

 홀로 남겨진 여인과 그뒤로 친절히 웃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그리

 

고 각각의 표정의 내삶의 엑스트라들....

 

 

 

  어느 날 어머니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밥을 해줬다. 나쁘진 않은데

 

왠지 어색했다. 난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아버지의 요리 실력이 늘

 

까? 몇일동안 아버지의 요리 실력은 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라졌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왔다. 다시 어색하지 않은 요리를

 

먹을수 있게 되었지만 아버지의 멋쩍은 미소를 볼수 없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어느 날이였다. 친구가 다가와 내동생을 봤노라고 얘기 했다. 대수

 

롭지 않은 일이였다. 처음엔, 동생이 신문을 돌리고 있다는 말이였

 

따. 어렸다. 지금같으면 칭찬을 할텐데, 그땐 응어리져 있는 무언가

 

가 컴플렉스 처럼 커가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컴플렉스지 동생

 

의 것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달려

 

갔다. 가슴아프다. 동생에게 손을 댄적이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

 

독 이것만 생각이 난다. 동생과 난 울고 있었다. 서로 다른 곳이 아

 

팠지만, 아니면 동생이 두배는 아팠겠지만 ...

 

그렇게 동생과 나의 밤은 깊어갔다.

 

 

 

 

 

 몇 년 만일까? 어머니를 이런식으로 만나야 하나. 얼마만에 보는

 

것인데 이렇게 봐야하나. 내옆에 자리 잡은 한여인. 우리는 동생을

 

보러간다.   식당 한 아주머니가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어머니다.

 

나를 본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가 났다. 그

 

러지 않으려 했는데 화가 났다.

 

 

 

 

 

신상명세서를 던지는 고참의 얼굴은 장난끼가 가득하다. 몇차례의

 

구타후 잔들 쪼그라든 나의 심장을 느끼며 작성하기 시작한다. 문명

 

이 만들어낸 최강의 발명품 화이트(볼펜으로 쓴걸지울때 쓰는)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잔인한 단체에서 조심스레 한자한자를 적

 

어 나갔다. 항상 망설이게 된다. 장난끼 가득한 고참이 나를 재촉하

 

던지 말던지 쪼그라든 심장마저도 멍하게 되어 버린다.

 

퍽, 한방으로 다시 돌아와 아무거나 휘갈겨 보지만 항상 뒤가 구리

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목욕탕을 갔다. 초등학생인 나는 아버지의 외국

 

생활로 자주 보지 못한다.  동생도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가 우유를

 

사주자 활짝 웃어 보인다. 그날 술을 드신 아버지는 직접 사주신 미

 

니 농구대로 자식둘을 데리고 농구 시합을 하시고 이기셨다. 이겼음

 

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경성대학교 정문옆 오락실앞은 항상 버스를 타려는 사람으로 분빈

 

다. 연습을 마치고 나와있는 내 앞을 가로 지르는 어린 꼬마 형제 둘

 

은 티격 태격 싸우지만 서로 위해준다. 보기에도 그렇다. 형의 손이

 

동생의 바지춤을 지고 있다. 혹시나 동생이 넘어질까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동생도 알고 있겠지. 서로 티격태격 하지만 서로 느낄것이

 

다. 저 멀리 그 형제가 사라질때쯤 버스에 올라 탔다.

 

 

 

 

 

취사반으로 근무하는 나를 찾아 뒷문으로 살짝 나를 만나러 오신 아

 

버지의 모습은 많이 작아져 계셨다. 오랜 외국체류속에 많이 약햐진

 

모습이였다. 돌아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그 언젠가 아버지를 쫒아

 

가던 내가 바라본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그렇게 내가 큰걸까.

 

 

 

 

 

계속 기다릴수 없었다. 밤이 갈수록 추위는 더해 갈 것이고 버스는

 

저 산중턱을 오를수 없을것이다. 발걸음을 옮기다 중간에 들른 파리

 

바게뜨에서 구입한 길다란 바케뜨를 손에 들고 우걱 우걱 씹으며 비

 

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도로에 쌓인 눈, 가로등 불빛 비탈길에는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손을 녹여가며 어느새 얼어가는 바게뜨

 

를 먹어간다. 저 멀리 집에 불빛이 보인다. 집이 가까워 질수록  걸

 

음이 빨라진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구수한 된장냄새가 난다.

 

따뜻한 기운이 나의 얼굴과 온몸을 감싸고 싸르르 녹는 것을 느낀

 

다.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여인의 뒤로 여인의 화장대에 올

 

려진 내가 써놓고 나간 쪽지가 있다.

 

"엄마, 저 학원 갔다가 늦게 올지도 몰라요"

 

아직도 그쪽지는 그녀의 화장대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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