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1일 일요일

엘리스

하늘을 날고 있다.

가진것 하나도 없이 유유히,

모든 포수들이 나를 겨누고 있지만

난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

중력에 저항하며 바람에 몸을 싣고 세상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항상 새로운 세상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오늘도 토끼를 따라 굽이진 동굴로 스며든다.

책장을 무심코 넘기며 바라보던 나도,  어느새 그 세상으로 다가간다.
 


검은 밤의 강은 너무나도 서정적이다.

검은 밤의 강에는 오직 어둠만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넘실거리는 강물에 어른거리는 수백, 수천개의 가로등 불빛

줄지어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터 불빛

다리위를 장식하는 조명등

그 서정적인 관경속에 내가 있었다.

다리위의 한 버스안



<어느 독자의 편지중 일부>
그대의 이름은 엘리스 항상 이상한 나라와 현실을 오고가는 동화속 주인공

난 그저 그대를 지켜보던 독자이며 열렬한 팬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번에 새로 출시한 가죽 양장본을 구입한

한명을 추천해 이상한 나라로 초대를 해준다고 하더군요

그게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너무나 행복한 소식이라 전후 사정 따지지 않고
 
진위여부를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꽤나 중요한 일이니 빠른 답변 부탁 드립니다.




무서운 한파였다. 그해 겨울 최저기온, 강물이 얼어붙는 강추위

파르륵 떨리는 손을 또다른 파르륵 떨리는 손으로 보비며 흔들리는 그네를 바라보고 있다.

그게 다 무슨소린지도 모를 말들

그러나 생각하고 싶지 않는 말들

하지만 그건 이미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였다.

방금전까지 웃고 있던 얼굴이 추위에 얼어 굳어졌다.




<어느 독자에게 붙여진 편지중 일부>
안녕하십니까! 저는 엘리스양의 토끼입니다.

그대의 진심어린 편지 잘 보았습니다.

사실 저희는 그런 이벤트 자체를 준비한적이 없습니다.

이상한 나라에는 아무나 들어 올수 있는것이 아니거든요

아시다시피 여긴 카드나 말하는 동물들이 커다란 잔속에 커피를 마시고

잠이나 자는 곳이 거든요

하지만 당신의 편지는 엘리스양에게 호기심을 불어 넣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파격적으로 당신을 초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편지와 함께 동봉되어간 볼펜을 두번 누르세요 그럼 이 세계로 올수있습니다.



검은 밤, 강의 다리위 버스안에 앉은 나에겐 순간 검은 밤의 어둠이 찾아 왔다.

순간 이 버스가 어디로 향하는지 내가 아는 진실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를

인지 할수 없었다. 그저 잠깐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덩어리의 일부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만이 나를 평온으로 인도하여 줄수 있었다.





잠시간 망설였다. 검은 볼펜하나를 들고 고민하는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웃긴일일것이다.

시계바늘의 촛침이 느껴질정도로 고요한 공간에서 저멀리 싱크대에 물떨어지는 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예민하게

한번을 눌렀다.

그전까지의 긴장감이 무색해질만큼 고요하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도 왜 그리 고민을 하며 볼펜을 눌렀는지 모르겠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한번 눌렀다.

번쩍!!!!




그날 왠지 이상했다. 눈을 떴을때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무엇인지 알수는 없었지만 달라져 있었다.

골을 띵하게 만드는 지난 날의 담배 찌든냄새들도

층간 소음에 부실하게 설계된 오래된 집도

어제 먹다 뒹구는 소주병의 개수도 다 그대로 인대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달라진 무엇인가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현기증에 구토가 날것 같았다.

화장실로 이동할 새도 없이 내안에 모든것을 쏟아 냈다.

그건 구토가 아니였다. 의학적으로는 구토였으나 내가 뱉은건 오물도 먹다 남은 것도 아닌

나의 일부분의 덩어리였다. 그저 따뜻한 덩어리 였다.  세상을 살다 보면 그냥 알수있는 그런일들이 생긴다 그런거다.




"당신이 엘리스 입니까?"

순간에 섬광에 시력을 잃었다가 다시 찾았을때 왠 여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맞아요."

그녀는 엘리스 였다.

"방가워요 난 당신의 진짜 팬입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저도 당신 보고 싶었어여"

딸기와 바나나가 넘쳐나는 우유가 흐르는 계곡사이로 귤모양의 배를 타고 마미스라 불리우는 이상한 나라의 닭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수있었다.

많은 시간을 그녀에 대한 찬사를 하는데 할애해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간조차도 그녀에 대한 내마음을 표현하기에 짧다고

생각했다.

아주 짧은 시간 우리는 정말 친오누이 처럼 친밀한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가끔씩 이상한 세계 밖에서 들려오는 몬스터족들의 소리가 방해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그녀는 시계를 살피며 가야할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도 가야 할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나에게와서 속삭였다.

"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동화에 대해서는 잘모르겠어요. 맞아요 내가 엘리스인것은 하지만 난 당신이 아는 것처럼
 
 그런 동화속의 주인공은 아니랍니다."

알수 없는 말이다. 그녀는 완벽한 동화속의 주인공인데

"그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아니란 말이요?"

"네 제가 알기로는 그런 동화는 존재 하지 않아요. 전 그저 당신의 동화 속에 초대되어 온거니깐요."

"나의 동화라니?"

"여긴 당신의 이상한 나라에요 모르고 있는 거예요? "

"아니....그런데 당신 나에게 편지를 썼잖아, 나에게 볼펜도 주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난 그저 토끼를 따라 왔을 뿐인데..아무튼 재미 있었어요. 또 놀러 오죠"

그리고 그녀는 떠나 갔다.




따뜻한 덩어리를 쓰다듬으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의 일부분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것은 내가 그렇게 따뜻하다는 것이니깐




하늘을 날고 있다.

가진것 하나도 없이 유유히,

모든 포수들이 나를 겨누고 있지만

난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

중력에 저항하며 바람에 몸을 싣고 세상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항상 새로운 세상이다.

나의 허리춤을 붙잡고 있는 따뜻한 덩어리를 느낀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리고 믿고 있다. 내 마음속 엘리스는 또 나의 이상한 나라에 올것이라고

하지만 두렵다.

이둘중 하나라도 잃으면 더이상 날수 없을것을 알기에

언제까지나 날고 싶다....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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